\"상처가 있어도\" (2017년 11월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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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작성일17-11-24본문
상처가 있어도...
얼마 전에 모처럼 가을을 만끽하며 들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자그만 한 언덕위에 클로버가 피어있어서 한참이나 들여다 보다 네 잎 크로바를 발견했습니다. 조심스레 채취해 보니 상처가 난 네 잎 클로버였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견디어 내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기쁨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시인이 아닙니다. 시를 써보고 싶은 소원을 가지고 있지만 시를 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비록 시인은 아니지만 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시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시인들의 마음과 눈을 부러워하기 때문입니다. 시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잘 보지 않는 것을 보고 표현해 줍니다. 상처 난 클로버를 보면서 문득 정호승 시인의 시 가운데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시인은 풀잎과 꽃잎에 어느 날 관심을 기울여 바라보았습니다. 풀잎과 꽃잎은 작습니다. 우리 곁에 있습니다. 늘 조용히 서 있습니다. 풀잎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시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풀잎을 바라보았습니다. 풀잎 사이에 핀 꽃잎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속에 감춰진 상처를 보았습니다. 풀잎과 꽃잎 속에 상처를 보려면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오래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상처를 보면서 시인은 자신 안에 감춰진 상처를 보았습니다. 사람들 안에 감춰진 상처를 보았습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작은 풀잎이 되기도 하고 꽃잎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어느 날 상처 입은 우리를 찾아와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받으신 상처를 통해 우리의 상처를 알아 보셨습니다. 예수님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보혈로 우리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향기롭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의 사랑의 손길로 치유해 주셨습니다. 용서의 손길로 치유해 주셨습니다. 부디 상처를 통해 더욱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성도님들이 되시기 빕니다.
2017. 11월 작은 서재에서 안두익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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