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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빈 가방\" (2018년 1월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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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작성일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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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방

 

국제 복음 선교회가 있습니다. WEC 본부의 지하실에 내려가면 수십 개가 넘는 가방들이 바닥과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채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임지로 떠나는 선교사님들이 임기를 마친 뒤 귀국 길에 찾아가겠노라고 남겨둔 가방들입니다.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선교사님들의 가방입니다.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남아있는 가방들 - 바로 그 가방들이야말로 그리스도를 위한,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 자기 헌신의 표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가방의 주인들이 어느 곳에서 생을 마감했건, 그들이 있었던 곳에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 분들이야말로 위로부터 임하는 하나님의 생명을 전해 주기에 합당한 참된 십자가의 증인들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남긴 가방은 단순한 가방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땅이 남겨진 참 생명의 흔적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인생이란 결국 삶이란 하나의 가방으로 남게 됩니다. 지금껏 여러분들께서 꾸려온 가방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자기희생과 헌신의 표적입니까?, 아니면 자기 욕망과 이기심의 결정체입니까? 제가 지진이 일어난 아이티를 간적이 있습니다. 몇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아이티 수도인 포트 프린스의 이이티 공항에 착륙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말이 공항이지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현장은 저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의 현장이었습니다. 수속을 밟고 제 가방을 찾는데 이 가방이 없는 것입니다.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 그 당혹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양복과 세면도구, 그리고 오랫동안 먹었던 혈압 약, 간 약, 그리고 제가 꼭 지녔던 필수품들이 다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고 한다는 이야기처럼 콜레라 병원을 짓고 목회자 연장 교육을 하고 그곳 그리스도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보니까 제가 가지고 온 가방의 소지품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 중요한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더라구요? 오히려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을 움켜잡고 있는 것은 없습니까? 언젠가 이 땅에 것을 다 두고 떠나야 할 인생입니다. 선교사들처럼 언젠가 다시 찾기 위해 나둔 그 가방마져 영원히 내 것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예수의 이 땅에 오심은 바로 자신의 비우심입니다. 그 비우심 속에 인간이 죄악이 다 녹여졌고 그 비우심으로 비로서 우리에게 이 땅이 주지 못하는 기쁨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몇 해 전 청와대에서 식사하는 중에 영빈관에 초대된 한 어머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A형 간염에 걸려 세상을 떠난 딸의 애절한 사연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 어머니는 딸의 결혼자금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는데 사연을 듣던 대통령 부부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자기 딸이 들 것에 실려 나오면서도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던 딸의 이야기 앞에 모두가 울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연약하기 때문에 나만 생각하고 나의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지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구유에 누이신 일을 생각하며, 나의 메마름 때문에, 나의 무정함 때문에 버려지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받은 은혜, 내가 받은 사랑으로, 소자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베풀 수 있는 뜻 깊은 새해를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2017. 1. 새해를 기다리며

안두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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