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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누구 때문에 대접을 받는가? (202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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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작성일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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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희망을 노래합시다를 읽고 삶의 변화를 찾은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목사님 우리가 어떤 환경 앞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큰 양심의 가책을 받았습니다. 제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동안 손에서 멀어졌던 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안 전도사, 네가 지금 대접받는 것이 누구 때문인가라는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제가 전도사 시절 때입니다. 그동안 섬기던 교회에서 사임을 하고 새로운 임지를 위해 기도하던 차에 경기도 광주 쪽에 목회자가 없는 교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요즈음으로 말하면 선(?)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교회의 재정을 담당하시던 집사님 내외분이 버스 정거장까지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한참이나 신작로를 걸어서 그 집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도살장에서 나는 역겨운 비린내가 바람에 실려 저의 코끝을 스칠 때 구역질이 갑자기 나는데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내외분은 소, 돼지를 잡는 도살장을 경영하셨는데 그분들이 거주하는 방을 그 도살장 맞은편에 2층 베란다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또 주의 종이 자신의 가정을 심방 온다고 하니까 오늘 아침 잡은 고기를 가지고 대접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었습니다. 갖은 정성을 다한 음식이 나왔지만, 문에 들어설 때부터 비위가 상한 저는 도무지 상에 올라온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못해 한 숱 갈을 입에 넣었지만 그게 넘어가겠습니까? 식은땀은 나고 입에 넣은 음식물이 자꾸 나오려는 것을 참는데 넘어 올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보던 그분들도 당황합니다. 땀은 나지요, 밥은 안 들어가지요 숟가락만 대면 구역질이 나지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분들의 성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도살장에서 소를 잡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처절하고 슬프게 들리든지, 그런데 그 소의 울음이 마치 저의 귀에 하나님 음성처럼 들려왔습니다. 저 처절한 도살장에서 죽어 가는 한 마리 소의 죽음이 주님께서 어린양으로 이 땅에 오셔서 갖은 고난을 다 당하시다 도수장에 끌려가듯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는 어린양 예수의 부르짖는 음성으로 저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한동안 구토가 나는 것도 잊은 채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영광의 보좌를 버리고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그 예수님이 나 때문에 내 죄 때문에 도수장에 끌려가는 그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 음성이 내 마음에 울리고 있었습니다. 안 전도사, 네가 지금 대접받는 것이 누구 때문인가?” 도대체 내가 누구길래 이처럼 귀한 식탁에 앉아 주인 행세하며 대접을 받는가 하는 마음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뭐가 복에 겨워 구역질하는가 하며 막 따지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도저히 눈물이 앞을 가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간 나는 그렇게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던 그 시뻘건 육개장을 어떻게 다 먹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그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저의 오늘의 모습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의 목회에 권태가 오고, 때로는 내가 드러내려고 하는 순간마다 여지없이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꽂히는 게 네가 지금 대접받는 것이 누구 때문인가입니다. 이 음성은 나로 철들게 하는 하나님의 사랑의 채찍과도 같습니다.
 
2023.8. 서재에서
 
여러분의 섬김이 안두익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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