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리교회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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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스모스 댓글 작성일09-10-08본문
세우리교회는 우리 교회가 후원하는 미자립교회입니다.
십자가 탑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도 모두 점하나 없이 푸르고 맑게 빛나고 있습니다.
올려다 보는 것과 내려다 보는 마음만 있다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가을은 어느 부자보다 부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들판의 노란 벼들이 한칸 한칸 비워져가는 것을 보며 한 해가 어느덧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밀려옵니다. 추수하는 이 때에 주님 앞에 계산할 나의 소출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너무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여기가지 있게 하신 주님의 은혜, 주님의 그 은혜가 아니면 내가 이곳에서 살아갈 수도 사역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가기 때문입니다.
전도하러 다녀보니 살아가는 영혼들이 너무 불쌍하고 불쌍하기만 합니다.
술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고 가난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더욱 예수님이 꼭 필요한데, 예수님을 거부하고 오히려 마음문을 꽉 닫고 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오래 더 많이 기다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함께 전도하는 집사님이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전도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에 "기다릴 줄 알아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도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좀 넉넉하게 있어서 쌀도 사주고 깊고, 어느 집 아이들에게는 과자를 듬뿍 안겨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성도들과 함께 반찬을 만들어서 갖다 주기도 하며, 간식을 만들어 방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님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전하다 보면 여리고성이 무너지듯 어느 날 순식간에 그들의 마음들이 깨어지고 부서질 것이라 확신하며 나아갑니다.
며칠 전에는 늦은 밤에 술에 만취되어 찾아온 분이 계셨습니다. 가만히 보니 교회 옆에 사시는 40대 남자분이었습니다.
어린시절 홀어머니 곁을 떠나 절에서 17년을 죽도록 매맞으며 불경을 외우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 지식과 노력한 것이 아무런 행복도 주지 못한다고, 함께 사는 아내는 두 자녀를 버리고 떠나 버렸고,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 허무하기만 하다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부짖더군요. 마음이 심히 아파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님의 마음으로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오랜 시간 하소연을 하며 실컷 울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하기를 "올 때는 울면서 왔는데 갈 때는 웃으면서 가네요!"라며 가볍게 미소 지으며 나갔습니다.
주님 앞에서 우리의 실존적 모습을 보며 흘려야 할 눈물이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 또한 흘려야 할 눈물이 아니냐고 주님이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주님! 저 또한 많은 눈물 쏟겠습니다.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동성교회 여러분들의 귀한 기도와 사랑을 힘입어 더욱 열심히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2009년 10월 5일 주문진 세우리교회 세움목사 박영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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